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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프로세스, 아이디어의 구조화' - Design process, Structuring ideas

대학에서의 건축디자인 공부는 늘 흥미로웠다. 거장들의 작품을 보면서, 어떠한 생각을 하기에 이렇게 다른 건축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하며 그 과정이 항상 궁금했고, 그 과정을 따라가 보고 싶었다. 어느 교내 상담 시간에 디자인 프로세스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디자인 할때마다  항상 안개를 헤매는 느낌이라고 담당 교수님께 여쭈었다. 당시 교수님은 원래 디자인이란 그런 것이라며 넘어가셨고, 그 이후 나는 내가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선 하나의 여정을 겪은 것 같기도 하다. 디자인 프로세스를 어떻게 구체화 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도출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현실의 필요를 동기화 시키는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왔다. 물론 디자이너마다 프로세스와 접근방법은 천차만별이지만, 디자인 프로세스의 큰 줄기를 실무와 학업을 통해 스스로 찾아내게 되었다. 어쩌면 그때 나처럼 질문을 품고 있는 학생들에게 디자인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방법을 나누고자 한다. 

디자인 프로세스는 디자인 개발이 진행되면서 특정 아이디어가 결과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뜻한다. 다른 말로 프로젝트에 어울리는 컨셉(개념)을 정하고 그 컨셉에 맞게 디자인을 만들어 나가는 전체 과정을 말한다. 좋은 컨셉은 그 결과물이 시간, 환경, 그리고 쓰임에 적절하게 일관성 있는 방법으로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통상 널리 쓰이는 컨셉이라는 말은 여러 의미를 포괄함과 동시에 개념이라는 말로 축약되기 때문에, 여기서는 컨셉을 좀 더 다른 언어로 정의하고 컨셉을 만드는 과정, 즉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세분화 해보고자 한다. 



Quantitative & Qualitative research findings > Key challenge > Theme > Thesis  

정성적, 정량적 리서치 > 핵심과제 > 주제 > 논지


정성적, 정량적 리서치 (Quantitative & Qualitative research findings)

디자인 프로세스는 정량적, 정성적인 자료조사(research)를 통해서 출발한다. 전방위적인 조사와 탐구를 통해 해당 프로젝트에 의미있는 발견을 도출해야 한다. 인문 역사학적 자료, 인구 사회적 통계지표, 도시 문화적 맥락, 물리적, 비물리적 환경에 대한 데이터 등이 이에 해당한다. 프로젝트가 가진 태생적인 조건을 여러 맥락에서 강점, 취약점, 가능성, 위기요인 등으로 평가한다. 분석결과는 단순한 사실의 취합을 너머 분석 내용과 프로젝트의 본질의 연관성과 그 중요도에 따라 내용의 위계를 정리하고 분석 결과를 정제해 나간다. 즉, 조사한 내용중에서 어떤 것이 더 의미있고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이끌어질 가능성이 있을지 사고해야 한다. 


핵심과제 (Key Challenge)

다음은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핵심과제(key challenge)를 정하는 것으로서, 프로젝트의 가치가 창출되는 첫번째 단계이다. 팀 작업일 경우는 이 시기에 팀원들과 함께 브레인 스토밍 회의를 통해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주요한 시각을 결정짓게 된다. ‘나는 이 지점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해’라고 정하는 것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면 다른 작은 문제 여러개들을 해결하는것 보다 훨씬 유의미하고 파급효과가 크며, 프로젝트의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과제를 특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참여한 디자이너의 철학, 의도, 감수성이 1차적으로 담아지게 된다. 선행된 분석결과와 핵심과제의 창의적 해석을 통해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방향과 의미를 찾아나가게 된다. 실제 내가 수행했던 프로젝트를 통해  예를 들겠다. 수변에 맞닿아 노상공영주차장으로 쓰이는 프로젝트의 부지는 다른 지역으로 연결되는 배의 선착장하고는 가깝지만, 부지의 높은 고저차로 지역주민의 접근성은 매우 떨어진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과제는 ‘프로젝트의 부지와 인근 수변공간(waterfront)의 지역사회로부터 단절과 소외’라고 보았다. 


주제 (Theme) 

핵심과제를 정하고 난 다음은 프로젝트 주제(Theme) 설정하기이다. 앞서 서술한 핵심과제를 해결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어떠한 목적을 고취한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왜 하는가,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이 좋아지는가에 대한 답을 이끌어내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기획된 프로젝트의 용도(function/program)와 핵심과제(key challenge)의 융합을 통해 주제를 제시하게 된다. 이는 듣기만 좋은 구호(slogan)로서의 목표가 아닌, 프로젝트의 존재이유에 기반한 실체적인 가치를 구현하기 위함이다. 프로젝트 주제는 선행되는 촘촘한 분석과 창의적 해석으로 발현되는 핵심과제에 기초한다면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앞선 사례의 설명을 이어가겠다. 수변에 맞닿은 기존 공영주차장을 관광객들을 위한 전망시설 및 상업시설과 지역주민을 위한 대규모의 주차장을 복합화하는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 프로젝트의 주어진 기능을 구현함과 동시에, 프로젝트의 가치는 지역사회로부터의 단절과 소외를 극복하는것으로서, 주제는 ‘관광수요 유입으로 인한 소외된 지역사회 활성화’로 결정지었다. 


논지 (Thesis)

논지(Thesis)는 프로젝트의 핵심과제(key challenge)와 주제(theme)의 관계설정을 엮으면서 방향을 찾아나간다. 논지는 어떻게 주제를 구현한다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는 것으로서, 목표에 접근하는 방법론 또는 스토리텔링, 디자인 도구나 기술의 활용, 여러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시각, 주어진 환경의 특징적 상황 등을 통해서 논지를 개발 할 수 있다. ‘지역 활성화’라는 주제를 구현하는 논지는 다음과 같이 다양하게 전개 될 수 있다. 도시환경의 비물리적/물리적 연결, 외부인구의 대규모 유입, 앵커시설 개발을 위한 자본 유치, 지속가능한 도시운영 프로그램 구현, 지역의 도시환경개선 등 여러 방향으로 ‘지역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다. 나아가 논지 개발을 위한 사고를 확장해 본다면 지역사회를 활성화 할 수 있을 정도의 관광수요 규모의 유입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 지역사회와 관광수요가 어떤 방식으로 만나게 해야 서로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지형적 단절과 지역적 소외를 어떤 방법으로 극복할 것인가 등으로 질문해 볼 수 있다. 

사례로 들었던 프로젝트는 부지의 지형적 높이차를 극복하고 수변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주민이 주로 통행하는 도로 레벨에서 이어지는 넓은 판을 만들고 이를 근린공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 공원의 아래는 약 900대 이상의 주차 및 상업시설 그리고 멀리까지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관람시설 탑승장을 배치했다. 수변으로 확장되는 근린공원에서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질 수 있는 장이 되도록 하고 복합화된 시설은 지역사회와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로 작동하게 했다. 이 프로젝트의 논지는 ‘관광객과 지역주민을 매개하는 근린공원형 복합시설 개발을 통한 지역활성화 도모’로 발전했다.  

Design Process, Structuring Ideas

종합적 해석과 생각 위치 시키기 (Synthesizing and laying out the thoughts in the ideation structure)

프로젝트의 규모와 복잡도가 커질수록 관련 자료는 방대해지고 자료 분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게 된다. 분석결과의 한 측면에 몰입하다 보면 프로젝트의 전체 방향을 잡기 어렵고, 분석과 프로젝트 방향의 논리적 연결에 집중하다 보면 발견한 모든 사실이 디자인으로 귀결 되어야 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는 한다. 그렇기에 생각이 발전되는 주요 단계마다 종합적 해석 또는 창의적 통합(synthesizing)이 필요하다. 분석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재배치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그 의미를 엮어내는 종합적 사고가 필수적이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로 대표되는 a=b, b=c, a=c가 되는 일대일 대입하는 논리가 아닌, a+b+c=d가 도출되도록 디자이너만의 통합의 레시피를 개발해야 하는것이다. 

이해를 돕기위해 단계별로 설명했지만 디자인 프로세스가 이렇게 선형적(차례로)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분석과정에서 중요한 발견 없이도 방법론이 떠오르기도 하고, 목표없이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에 몰입하고 있을 수도 있다. 비선형적으로 다양한 생각들이 이리저리 살아 움직이게 된다. 그렇기에 디자이너는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왜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질문하며, 생각들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를 물어 생각을 위치시켜야 한다. 그래야 아이디어들이 흩어지지 않고 프로세스의 골격으로서 단단해지게 된다.

지속적인 생각의 구조화 없이는 재기발랄한 즉흥적 발상을 수용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조정하기 어려우며 초기 아이디어가 무엇이었는지 헷갈리다 결국 프로세스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이쯤되면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디자인한다기 보다 외부적인 요인이나 상황에 의해 프로젝트가 적당히 만들어지기도 한다. 생각의 구조화는 특정 단계에서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전체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생각을 위치시키며 프로세스에 통합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구조화된 생각이 프로세스에 잘 통합이 된다면 프로젝트가 마무리 될 즈음에 프로젝트의 컨셉은 정제된 본질과 함께 간결한 문장으로서 응축된다. 


디자인 문법(grammer)의 구축과 확장성 

디자인 프로세스는 생각을 구조화 시키는 하나의 방법론이자, 디자인 문법을 개발하고 강화하는 도구이다. 훈련된 창작과정으로서의 생각의 구조화는 비단 디자인 과정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의 기획, 문제 해결, 주요 의사결정, 비판적 논의시에도 적극 활용 가능하다. 여기서 설명한 디자인 프로세스는 프로젝트의 배경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 달성 가능한 가치와 목표 설정, 그리고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총합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렇게 생각의 구조화를 여러 방면으로 적용하다보면 창의적 사고가 정교해지며, 이는 곧 개인의 고유한 생각의 문법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최근 쉽게 접근가능한 인공지능의 비약적 발전으로 디자인 과정에서 요구되는 노동집약적인 업무의 효율이 증대되고, 새롭게 출시되는 여러 기술서비스에 힘입어 디자인 생산성도 향상되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일의 영역은 더욱 광범위 해질 것이기에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독창적인 발상과 그것을 구조화해 발전시키는 방법으로 일의 성과를 갈음짓게 될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여러 상황에서 생각의 구조화를 적용하고 이를 통해 고유한 생각의 문법을 견고하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면, 이 문법은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의 힘을 입어 어느때보다 그 영향력과 확장성이 더 증대될 것으로 예견된다. 사실 인공지능의 진화를 차치하고서라도 생각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구조화한 생각들을 어떠한 방법으로 세상에 구현하는가가 많은 일의 궁극적인 본질이기 때문이다.  

tags: how to develop your idea, design process, designing, process, structuring ideas, ideation
Wednesday 10.04.23
Posted by Song E. Han
 

'디자이너의 언어적 커뮤니케이션 개발 필요성' - Developing designers linguistic communication skills for reaching the essence of a project

디자인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프로젝트에 대한 디자인 목표와 컨셉을 그래픽이 아닌, 언어로 정리는 것을 어려워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언어로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난 후에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것과 같이 순차적이지만은 않다. 언어와 그래픽의 상호 피드백을 통해 비선형적 디벨롭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프로젝트가 완성된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컨셉을 언어로 정리하는 것은 그래픽 기술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하는 시기의 학생들에겐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더더욱 언어로 디자인 컨셉 또는 아이디어 정리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언어적 영역이 잘 다져져야 디자인 프로젝트의 독창적 코어 밸류(Core Value)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대학에 학생 디자인 프로젝트 최종 리뷰어로 참석한 적이 있다. “저 학생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학생이 어떤 것을 왜 만들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고 지도를 부탁한다.”고 한 외국인 교수님께서 내게 이런 부탁을 하셨다. 그 학생은 양재동 화훼센터에 친환경적인 개념을 갖춘 온실을 계획하고 싶어 했고, 도면 및 다이어그램 등의 그래픽적인 결과물은 충분히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 학생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디자인 했는지, 이 디자인이 건축과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본인만의 독창성을 발휘한 아이디어인지에 대한 내용을 외부 크리틱 교수진들에게 전혀 전달하지 못했다.

이러한 사례는 많은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갖고 있는 컨셉 언어에 관한 전형적인 2가지 문제점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1. 정확한 언어로 디자인 컨셉 정의하기 (Define the design concept with the right words)

첫 번째는 컨셉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 고유명사의 기존 정의와 학생이 새로운 컨셉으로 재 정의한 단어를 혼용해서 쓰기 때문이다. 가령, 어떤 학생이 ‘자연스러운 공간’을 디자인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자. 자연은 이미 고유명사로서의 보편적 정의를 갖고 있지만, 이 학생은 우리가 알고 있는 보편적인 정의를 본인이 재 정의한 정의와 어떻게 다른지 규정이나 설명 없이 섞어서 쓴다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공간’은 ‘자연과 유사한 공간’(space like mother nature), ‘자연스러운 또는 유기적인 흐름을 가진 공간’(space with natural/organic flow), ‘인공적인 자연으로 채워진 공간’(A space filled with artificial nature)등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또, ‘가상공간’(virtual space)과 ‘현실공간’(real space)을 매개하는 ‘인터페이스 공간’(interface space)을 만드는 것이 목표일 경우,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가상공간, 현실공간, 인터페이스 공간에 대한 정의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터페이스란 말은 접점이라는 범용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구현하고자 하는 인터페이스가 물리적 공간인지, 가상공간의 한 부분인지, 개념적 수사인지 등, 잘 구분해서 써야한다. 이렇듯, 일상적인 구어가 아니라, 구현하고자 하는 핵심 아이디어를 숙고하고 정제시켜 컨셉을 이루는 언어로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2. 주제와 논지의 위계 관계 구축 (Build hierarchical relation between theme & thesis during brainstorming)

두 번째는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단계(brainstorming)시, 테마/주제(Theme)와 논지/주장(Thesis)으로 이루어지는 위계 설정 혼동이 주는 오류이다. 테마/주제(Theme)는 디자이너가 광범위한 주제를 통해 목표설정을 하기 위함이고, 논지/주장(Thesis)은 디자이너의 방법론과 컨셉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이 들어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흑리단길의 활성화’가 테마/주제라고 한다면,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1. 흑석역 앞 공영주차장을 복합공간화 및 공원 조성을 통한 지역 문화 활성화, 2. 흑리단길의 상업시설구성의 다변화와 지역 상권 브랜딩 강화를 통한 상권 활성화, 3. 흑석역과의 직접적인 도보 연결을 통한 흑리단길 유동인구 유입 증대 활성화, 4. 흑리단길 가로환경 및 보행환경 정비를 통한 낙후된 거리공간 활성화 등이 논지/주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지역에 대한 관점, 철학, 분석에 따라 다양한 방향의 주장이 나오기 마련이다. 즉, 테마/주제(Theme)는 좀 더 큰 위계의 목표이며, 논지/주장(Thesis)은 방법론으로써 목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겠다는 방식에 대한 디자이너의 시각이 들어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테마/주제(Theme)와 논지/주장(Thesis)의 정의를 헷갈려하고 두 위계를 섞어서 표현하다 방향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프로젝트 전체 골격을 수립하는 과정인 테마/주제(Theme)와 논지/주장(Thesis)의 설정은 그 관계를 면밀히 검증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이 과정이 바로 독창적 디자인의 근원이고 이로 인해 발현되는 최종 결과물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좀 더 직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팝가수들의 패션스타일을 예로 들어보자. 라티노 여성 팝가수의 섹시함(Sexy Latina Femininity)을 표현하는 것이 주제(Theme)라고 가정했을 때,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는 뉴욕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화려함과 관능미를 통해 섹시함을 표현했고, 샤키라(Shakira)는 자연을 배경으로 자유롭고 경쾌한 섹시함을 표현한다. 같은 주제에서 출발 했어도, 다른 내용과 결과를 보여준 셈이다.

Left: Jennifer Lopez’s photoshoot @ https://tomandlorenzo.com/ Right: Shakira’s photoshoot @ https://www.listal.com/

Left: Jennifer Lopez’s photoshoot @ https://tomandlorenzo.com/ Right: Shakira’s photoshoot @ https://www.listal.com/

디자인은 디자인의 도구, 형태, 감각 또는 감성 등 다양한 원천에서 출발하기도 하고, 디자인이 발전되는 과정에서 여러 상황과 요소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다양한 원천에서 얻게 된 디자인 영감을 분석해야하고, 때로는 돌발 상황에 대처해 디자인 의도를 지켜내야 하며, 새로 발견되는 중요한 요소들은 프로젝트에 능동적으로 편입 시키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가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언어는 그래픽과 더불어 고객과의 소통과 프로젝트의 의도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큰 도구이다.

디자인 컨셉 구상 중에 디자인의 의도를 정제된 언어로 정리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정리된 글과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소기의 디자인 의도와 목표를 최종결과물로서 보다 정확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디자이너는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정의내리고, 정제되고 효율적인 언어와 그래픽을 활용해 고객과 사용자의 니즈를 만족시켜야 하며, 프로젝트의 독창적 코어밸류(Core Value)를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tags: linguistic part in a design project, designing, leading a design studio, architecture, urban design, architecture design idea, urban design idea, communication skills, ideation, how to frame idea
Thursday 05.27.21
Posted by Song E. Han
 

'프티 트리아농에서 조경디자인 알아가기' - Learning Landscape Design from the Estate of Petit Tria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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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은 5월의 하루였다. 유럽을 여행중인 친구와 나는 베르사유 궁전 (Palace of Versailles)과 쁘띠 트리아농 (Petit Trianon)을 가보기로 했다. 특별히 프랑스 고전주의 건축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곳으로 가보면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만 같은 기대감에서였다.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화창하고 완벽한 날씨였다. 베르사유 궁전 내부는 당대 최고의 장인들이 만들어낸 미, 기교 그리고 정성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권력과 문화 번성의 크기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여백 없이 빼곡히 채워진 문양, 조각, 그림, 텍스처는 앞다투어 경쟁이라도 하는 양 화려함을 뽐냈다.

밖으로 나왔을 때 펼쳐지는 오픈 스페이스의 크기는 내부에서 못 보여준 여백을 이곳에다 모두 모아서 풀어놓는 듯 했다. 궁전의 축과 호수의 축이 맞닥뜨린 지점에 올라서자 마자 “와~ 엄청 크다! 시원하다.” 라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자연의 일부인 호수와 나무들을 인간의 사상, 의식, 이상 등을 위해 이렇게 재단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에고를 과시하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과시된 인간의 에고가 시대를 지나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유산으로 새로 태어났다는 사실은 참 다행스런 일이다.

Plan of the park of Versailles @ archimaps.tumblr.com

Plan of the park of Versailles @ archimaps.tumblr.com

고백하자면 조경디자인 (Landscape Design) 에 대해 큰 기대는 없었다. 건축과 도시디자인을 중점으로 공부했던 터라 조경디자인은 그저 나무를 건물에 맞춰 잘 심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어렴풋이 예상만 할 뿐이었다. 보통 기계적으로 업무를 나누는 경우, 건축가가 우선적으로 건물의 배치도를 그리면 나머지 공간을 조경가 (Landscape Designer)가 보다 부드러운 재료들 (꽃, 나무, 바닥 포장재료, 물 등) 로 채워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우습게도 장대한 조경디자인에 무한한 감동을 받았다. 책에서만 보던 프랑스식 정원 스타일의 배치도와 사진에서 느낄 수 없었던 깎아 만들어진 오픈스페이스의 크기 그리고 이 모든 곳들이 연결된 공간 구성은 현실이 아닌 영화 속을 걸어 다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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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대형 스케일로 매끈하게 재단된 프랑스식 정원들을 (Bassin de Flore, The Orangerie garden, Fountain of Latona, Grand Canal, the bosquets) 헤매다 드디어 쁘띠 트리아농의 영지로 들어섰다. 아, 갑자기 포근함과 안락함이 들었다. 나무들과 길들이 편안한 곡선의 형태로 배치되어있고, 다양한 나무, 풀, 꽃들이 여러 단계로 레이어링 되어 있는 것 이었다. 개울은 부드러운 흙과 들풀로 구성된 언덕으로 만들어지고, 작은 개울을 건너가는 다리 역시 간단하고 소박한 돌들과 나무로 디자인 되어 있었다. 작은 꽃들을 따로 키우기 위한 프레임된 정원이 있었고, 정원과 밭들을 드나드는 아치형태의 입구들도 자연의 재료로 디자인 되어 있었다. 길을 따라 종종 만나게 되는 아주 화려하고 키 큰 꽃나무는 여배우의 화려한 시상식 드레스가 연상되었다. 기다랗게 뻗은 물풀들 사이로 강렬한 색감의 꽃들이 오밀조밀 얼굴을 내밀고, 넓은 잎의 나무들과 낮은 풀들이 촘촘히 함께 있는 곳들은 조그마한 풀잎 동굴들을 만들어냈다. 탁트인 하늘아래 수형이 미려한 몇몇의 나무들은 넓은 들판위의 영웅같은 자태를 뽐내고, 우아하게 옆으로 넓게 퍼진 나무들은 뜨거운 오후의 낮잠을 부르는 그늘을 만들어냈다. 오감이 깨어났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새소리,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은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 순간 그곳의 일부로서 내가 존재했었다는 것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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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이 만들어내는 칼라들과 텍스쳐가 너무나도 다양하고 싱그러워 손으로 만져보고 싶었다. 수목을 칼날로 조각된 모습이 아닌, 자라는 방식과 그에 따라 변화화는 모양, 생의 주기에 따라 배치되고, 또 길을 따라 걸을 때 수목이 조합된 방식이 변주되면서 생동감 있는 공간의 시퀀스를 만들어냈다. 비싼 건축자재들로 에워싸진 그 어떤 실내공간 보다 훨씬 다양하고 즐거웠다. 가을에는 어떤 풍경을 그려낼까, 겨울에는 어떨까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순간 마리앙투아네트가 왜 이런 공간을 사랑했는지 마음으로 이해가 되었다. 이 아름다운 자연이 만들어내는 공간을 통해서 그 스스로도 많은 위로를 받았으리라. 계절, 낮 과 밤, 수목과 바닥의 질감들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이 음악처럼 흐르고 있었다. 자연의 숨소리를 듣고 그 호흡을 쫓아서 랜드스케이프 디자인으로 풀어내 놓은 것이었다. 역동적으로 살아 숨쉬는 자연의 모습을 섬세하게 보여준 이 공간은 일상에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날의 기억은 자연이 만들어낸 교향곡을 원 없이 즐겼던 날로 마음 속 깊이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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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landscapedesign, travel, palace of versailles, petit trianon
Tuesday 03.24.20
Posted by Song E.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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